나이 들어가는 일은 의외로 쌓아올리는 일이 아니라 점점 잘라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. 중요한 순간에서 선택을 할 때마다 선택하지 않은 많은 것들은 잘라낼 수 밖에 없다. 그것이 고등학교 선택이든 대학교의 학과 선택이든 그 외의 수많은 선택지든 마찬가지이다. 앞으로도 정말 많이 잘라내지 않을까 싶다.
그래서 아직 선택하지 않았을 때가 그렇게 달콤한 것 아닌가? 하는 생각도 든다. 한 길을 선택했다면 다른 길을 상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. 하지만 아직 선택하지 않았다면 여러 길을 상상하는 것은, 정말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.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달콤한 비타이 같은 일인데... 사람들이 그래서 오래 방황하는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. 다른 길의 나를 도저히 놓아줄 수 없는 것이다.
그렇게 잘라내다가 한 가지가 남았을 때 사람은 점점 굳어간다.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믿고 싶을 것이고, 이제 그 길로 너무 오랜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.
그래서 나이 드는 게 정말 싫다는 내용의 소설을 한참 쓴 적도 있었다. 그냥 굳지 말아야지 하고 되는 일은 아닌 것 같다. 그렇다고 평생 꿈꾸고 싶은 거냐 물으면 그건 아니고... 한 가지가 남았을 때 그대로 굳어가지만 말자. 하고 생각하고 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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